미국 동부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 관광지만 따라가는 일정이 많아진다. 뉴욕, 보스턴, 워싱턴DC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도시를 지나면 여행 코스가 꽉 차기 쉽다. 그런데 가끔은 이름난 명소보다 우연히 들른 작은 도시의 낡은 건물이 더 오래 기억에 남...
미국 동부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 관광지만 따라가는 일정이 많아진다. 뉴욕, 보스턴, 워싱턴DC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도시를 지나면 여행 코스가 꽉 차기 쉽다. 그런데 가끔은 이름난 명소보다 우연히 들른 작은 도시의 낡은 건물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코네티컷(Connecticut) 스토닝턴(Stonington)에서 만난 The Velvet Mill이 그런 곳이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공장 건물 정도로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낡은 벽돌 건물의 껍데기는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안에는 카페, 브루어리, 작은 상점, 아티스트 공간이 들어와 있었다. 미국 동부의 오래된 산업도시가 어떻게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는지 보여주는 장소였다.
오래된 벨벳 공장이 남긴 시간의 흔적
The Velvet Mill은 이름 그대로 벨벳을 만들던 공장이다. 스토닝턴은 바다 가까이 있는 조용한 마을이지만, 이 공장이 있던 시절에는 제조업의 활기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기계 소리 대신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커피 향, 로컬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가 채우고 있다.외관은 화려하지 않다. 붉은 벽돌, 길게 이어진 창문, 공장 특유의 단단한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매력이다. 새로 지은 쇼핑몰에서는 절대 낼 수 없는 시간의 무게가 있다. 내부에 걸린 옛 사진들을 보면 이곳이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라 한때 많은 사람들이 일하던 생활의 현장이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미국에는 이런 공간이 꽤 있다. 문을 닫은 공장이나 창고를 허물지 않고, 그 안에 새로운 가게와 문화공간을 들이는 방식이다. 오래된 것을 지워버리는 대신 다른 용도로 다시 쓰는 것이다. The Velvet Mill도 그런 미국식 재생 공간의 좋은 예다.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로컬 감성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넓다. 높은 천장, 길게 이어진 복도, 공장 바닥의 거친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사이로 작은 상점과 작업실, 카페가 하나씩 들어와 있다. 너무 반듯하게 꾸민 공간이 아니라 조금은 느슨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라 더 좋았다.아티스트 스튜디오 앞을 지나면 작품을 구경할 수 있고, 어떤 공간은 갤러리처럼 보인다. 손으로 만든 소품, 빈티지한 분위기의 가게, 벽면 장식들이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걸어보는 재미가 있다. 대형 아울렛처럼 쇼핑을 목표로 가는 곳은 아니지만, 미국 로컬 마켓이나 공방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중간에는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음식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보인다. 여행 중 이런 공간을 만나면 일정이 잠시 느려진다. 관광지를 찍고 이동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 동네 사람들이 주말을 보내는 방식을 옆에서 보는 느낌이다.
미스틱 근교 여행으로 함께 묶기 좋은 코스
The Velvet Mill은 코네티컷 미스틱(Mystic) 여행과 함께 묶기 좋다. 미스틱은 Mystic Seaport Museum, Mystic Aquarium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 가족 여행 코스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미스틱만 보고 지나가기보다 근처 스토닝턴까지 들어오면 훨씬 조용한 동부 해안 마을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스토닝턴은 크지 않지만, 바다 가까운 뉴잉글랜드(New England) 마을 특유의 단정함이 있다. 나무가 많은 거리, 오래된 집, 벽돌 건물, 작은 상점들이 이어져 있어 걷기에도 좋다. The Velvet Mill은 그런 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미국 동부 여행에서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는 발견이 있다. 특히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애매한 날에도 들르기 좋다. 실내 공간이 많아 잠시 쉬어가기 편하고, 카페나 브루어리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괜찮다. 다만 내부 상점이나 마켓 운영은 날짜와 요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오래된 것을 살려 쓰는 미국 여행의 재미
The Velvet Mill에서 좋았던 것은 새것처럼 완벽하게 고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래된 공장의 흔적을 너무 숨기지 않았다. 벽돌, 기둥, 넓은 바닥, 산업시설 특유의 구조가 남아 있어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요즘 여행은 예쁜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알게 되면 더 오래 남는다. 이곳은 벨벳을 만들던 공장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낡은 건물이 버려지지 않고 다시 쓰이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미국 동부여행을 하며 코네티컷을 지난다면 The Velvet Mill은 큰 기대 없이 들렀다가 의외로 마음에 남을 수 있는 곳이다. 유명 관광지처럼 꼭 봐야 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로컬 분위기와 오래된 공장 건축, 작은 상점 구경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코네티컷 스토닝턴의 The Velvet Mill은 낡은 벨벳 공장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곳이다. 공장 건물의 투박한 멋과 로컬 상점, 카페, 브루어리, 아티스트 공간이 어우러져 미국 동부 소도시 여행의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미스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까운 스토닝턴까지 함께 넣어보면 좋다. 관광지 중심의 빠른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오래된 건물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천천히 걸으며 볼 수 있는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