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자동차 여행 코네티컷주 비밀의 성 '질레트 캐슬 주립공원'

유럽이 아닌 미국 대륙을 여행하다 보면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성을 구경하기가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Connecticut)를 여행하던 중, 뉴욕(New York) 근교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주 독특하고 색다른 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핸들을 돌렸다. 그곳은 바로 매년 30만 명 이상의 전 세계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코네티컷의 대표적인 명소, '질레트 캐슬 주립공원(Gillette Castle State Park)'이다. 
코네티컷강(Connecticut River)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서 있는 성의 모습을 처음 마주했을 때, 미국 한복판에서 중세 유럽의 고성을 발견한 듯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성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길은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길로 이어져 있어 마치 비밀의 정원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요하고 정돈된 자연환경 속에 덩그러니 솟아 있는 거친 돌벽의 성채는 세월의 아우라를 뿜어내며 주변 풍경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미국 동부 로드트립 중 만난 이 이색적인 건축물은 입구에서부터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코네티컷주 여행



셜록 홈즈의 전설적인 배우 윌리엄 질레트가 남긴 유산

이 아름다운 성채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집을 지은 인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성의 주인이자 설계자는 옛 미국 연극 무대에서 무려 수천 번 이상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역을 맡아 독보적인 명성을 떨쳤던 전설적인 배우 '윌리엄 질레트(William Gillette)'이다. 그는 평생 모은 막대한 자산을 바탕으로 은퇴 후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상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코네티컷 강가 절벽 위의 땅을 사들였다.

1914년부터 시작해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가 직접 진두지휘하며 정성을 쏟은 끝에, 1919년 마침내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돌성 같은 저택이 완성되었다. 겉모습은 중세의 거친 요새처럼 보이지만, 셜록 홈즈를 연기했던 배우의 날카로운 천재성과 엉뚱한 상상력이 성의 구석구석에 훌륭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그의 뚝심과 기획력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코네티컷강이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전망과 기차 장난감의 현실화

성의 외관을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던 중, 성벽 너머로 탁 트인 코네티컷강(Connecticut River)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경을 마주하고 한동안 묵묵히 서서 풍경을 감상했다. 푸른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경치는 왜 질레트가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는지 단번에 납득이 갈 만큼 장엄하고 평화로웠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윌리엄 질레트가 어릴 적부터 지독한 기차 덕후(기차 마니아)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은퇴 후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성 주변 부지에 실제 기차 크기의 4분의 1에 달하는 개인용 협궤열차와 무려 3마일(약 4.8km)에 이르는 전용 선로를 직접 깔았다. 저택 바로 앞에는 뉴욕의 유명한 역 이름을 딴 '그랜드 센트럴 역(Grand Central Station)'이라는 미니어처 기차역까지 만들어 두고 실제로 기차를 운행하며 손님들을 태우고 놀았다고 한다. 한 어른의 순수한 동심과 엄청난 재력이 만나 완성된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현장에서 직접 전해 들으니 소름 돋는 전율마저 느껴졌다.

철길에서 산책로로 변신한 트레일 코스 하이킹

과거 화려하게 기차가 달렸던 수 마일의 선로는 현재 아쉽게도 철로가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하지만 코네티컷주 정부는 이 역사적인 장소를 훼손하지 않고, 선로가 있던 자리를 그대로 살려 여행자들이 걷기 좋은 아름다운 하이킹 산책로로 완벽하게 탈바꿈시켰다.

기차가 지나갔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 보니, 질레트가 생전에 기차를 타고 지나가며 감상했을 작은 돌다리들과 바위를 깎아 만든 아기자기한 터널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걷는 재미를 한층 더해주었다. 사방이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옛 기찻길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는 경험은 장거리 자동차 여행으로 굳어있던 몸과 마음을 맑게 깨워주는 최고의 힐링 시간이었다. 한 배우의 엉뚱한 상상력이 100년이 지난 오늘날 수많은 여행자에게 훌륭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질레트 캐슬 실전 방문 팁 및 주의사항

현장에서 성의 아름다운 전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곳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 미리 알아두면 좋은 실전 팁들을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주립공원 내의 정원과 하이킹 트레일 코스는 연중무휴로 언제든지 무료입장이 가능하지만, 가장 핵심인 성 저택 내부(Castle Interior)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며 운영 시즌과 시간제한이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확인이 필수적이다.

또한 주말이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철 피크 시즌에는 뉴욕과 인근 주에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주차장이 금세 만차가 되기 때문에, 여유롭고 쾌적한 관람을 원한다면 이른 아침 시간대를 공략해 방문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더불어 기찻길 트레일 코스를 제대로 완주하고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는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편안한 운동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한 여행을 위한 첫걸음이다. 거친 자연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아날로그 감성을 충전하는 행위는 이곳 코네티컷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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