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근교 여행지를 찾다 보면 바다와 다운타운, 라호야 같은 코스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샌디에고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캘리포니아가 펼쳐진다. 바로 안자보레고 데저트 주립공원이다.
안자보레고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거대한 사막 주립공원이다. LA에서도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고, 샌디에고 여행과 함께 묶기에도 좋은 코스다.
바다와 야자수의 캘리포니아만 알고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마른 흙빛 산맥,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길, 그리고 해질녘 붉게 물드는 황량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날 안자보레고를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비가 많이 온 해에만 사막에 꽃이 피는 슈퍼블룸 소식 때문이었다. 사막에 꽃이 핀다는 말만으로도 궁금했는데, 막상 가보니 이곳의 매력은 꽃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오아시스, 금속 조형물, 폰츠 포인트까지 하루 안에 전혀 다른 장면을 여러 번 만나는 여행이었다.
비가 만든 사막의 기적, 안자보레고 슈퍼블룸
안자보레고 여행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사막 꽃이다. 평소에는 건조하고 황량한 땅이지만 겨울과 이른 봄에 비가 충분히 오면 사막 곳곳에 야생화가 피어난다. 이것을 슈퍼블룸이라고 부른다.
다만 슈퍼블룸은 매년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비의 양, 기온, 바람, 개화 시기가 맞아야 한다. 그래서 안자보레고를 봄 여행지로 계획한다면 출발 전 현지 개화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막연히 날짜만 정하고 가면 꽃이 이미 졌거나 아직 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막에서 만난 꽃은 화려한 정원과는 전혀 달랐다. 낮은 풀 사이에 작게 피어난 꽃들이 더 귀해 보였다. 척박한 땅에서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풍경이라 그런지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 캘리포니아 여행을 오래 했어도 사막의 봄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사막 안에서 만난 팜 오아시스
안자보레고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사막만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위산 사이로 들어가면 팜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다. 건조한 산길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야자수가 모여 있는 풍경이 나타나면 정말 사막 한가운데 물의 흔적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팜 오아시스는 안자보레고에서 인기 있는 트레일 코스 중 하나다. 무리해서 긴 산행을 하지 않아도 사막의 지형과 식생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좋다. 다만 햇빛이 강하고 그늘이 많지 않으니 물은 꼭 챙겨야 한다. 여름에는 기온이 너무 높아 걷기 여행지로 추천하기 어렵고, 겨울부터 봄 사이가 훨씬 낫다.
직접 걸어보면 안자보레고가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차창 밖으로 보는 사막도 좋지만, 잠시라도 내려서 걸어야 이 땅의 온도와 건조함이 느껴진다. 발밑에는 모래와 돌이 있고, 멀리에는 산맥이 둘러서 있다. 그 사이에 푸른 야자수가 모여 있는 풍경은 안자보레고에서 가장 의외의 장면이었다.
보레고 스프링스에서 만나는 거대한 금속조형물
안자보레고 여행에서 빼놓기 아쉬운 곳이 보레고 스프링스 주변에 있는 금속 조형물들이다. 사막 위에 공룡, 매머드, 용 같은 대형 조형물이 서 있는데, 처음 보면 조금 뜬금없고 그래서 더 재미있다.
특히 길게 이어진 용 조형물은 이곳을 대표하는 포토 스팟처럼 알려져 있다. 사막의 붉은 하늘과 금속으로 만든 거대한 동물이 함께 보이면 현실보다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느낌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가도 좋아할 만하고, 어른에게도 충분히 인상적인 코스다.
보레고 스프링스는 안자보레고 여행의 중심 마을 같은 역할을 한다. 주유, 간단한 식사, 화장실 등을 해결하기 좋기 때문에 사막 안으로 더 들어가기 전 한 번 들르는 것이 좋다. 사막 여행에서는 멋진 풍경만큼 기본 준비가 중요하다. 기름은 여유 있게 채우고, 물과 간식도 미리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폰츠 포인트에서 본 안자보레고의 진짜 얼굴
안자보레고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소는 폰츠 포인트 (Font's Point Juction Trail)였다. 이곳은 사막의 협곡과 주름진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사진으로 봐도 멋있지만 실제로 서보면 훨씬 압도적이다.
폰츠 포인트로 들어가는 길은 포장도로가 아니라 흙길 구간이 있다. 날씨와 도로 상태에 따라 일반 승용차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막길은 보기보다 모래가 깊고, 해가 지면 방향 감각도 흐려질 수 있다. 가능하면 밝을 때 이동하고, 무리한 진입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해질 무렵 폰츠 포인트에 도착하면 왜 사람들이 이곳을 안자보레고의 하이라이트로 말하는지 알게 된다. 태양이 낮아지면서 사막의 능선마다 그림자가 생기고, 마른 땅의 주름이 더 깊게 살아난다. 초록이 많은 풍경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다. 황량한데 쓸쓸하지만, 동시에 묘하게 웅장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화려한 도시보다 이런 장면이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안자보레고의 사막은 친절한 여행지는 아니다. 덥고 건조하고, 길도 거칠고, 준비 없이 가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진짜 같은 여행지가 된다.
안자보레고 여행을 계획한다면
안자보레고 데저트 주립공원은 샌디에고 근교 여행, LA 근교 사막 여행, 캘리포니아 로드트립 코스로 함께 넣기 좋은 곳이다. 바다 중심의 남부 캘리포니아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들러볼 만하다.
추천 시기는 겨울부터 봄 사이다. 특히 봄에는 슈퍼블룸 가능성이 있어 더 특별하지만, 개화 여부는 해마다 다르다. 여름은 기온이 매우 높아 장시간 야외 활동에는 적합하지 않다. 선크림, 모자, 물, 편한 신발, 차량 연료는 기본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안자보레고는 예쁘게 정돈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사막에 가깝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샌디에고나 LA 여행 중 하루쯤 완전히 다른 캘리포니아를 만나고 싶다면 안자보레고는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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