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행궁동 북수동성당, 조용히 걷기 좋은 수원화성 순교성지

수원 행궁동을 걷다 보면 화성행궁, 카페, 소품샵, 맛집처럼 눈에 잘 띄는 장소들이 먼저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북적이는 행궁동 안에 뜻밖의 조용한 공간이 숨어 있다. 바로 수원화성 순교성지다. 처음에는 천주교 성지라는 이름 때문에 종교...

수원 행궁동을 걷다 보면 화성행궁, 카페, 소품샵, 맛집처럼 눈에 잘 띄는 장소들이 먼저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북적이는 행궁동 안에 뜻밖의 조용한 공간이 숨어 있다. 바로 수원화성 순교성지다. 처음에는 천주교 성지라는 이름 때문에 종교적인 공간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걸어보니 이곳은 신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둘러볼 만한 역사 여행지였다. 수원화성과 행궁동이라는 익숙한 여행지 안에 종교, 문화, 근대 건축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었다.
행궁동 중심부와 가까워 수원화성 여행을 간다면 함께 돌아보기 좋다. 조용한 성당 마당, 십자가의 길, 오래된 종탑, 뽈리화랑까지 천천히 둘러보면 화려한 관광지와는 다른 깊은 분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수원여행


수원화성 안에 남은 순교의 역사

순교성지는 말 그대로 신앙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장소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시기에는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혀 고문과 처벌을 받는 일이 있었다. 수원화성 일대 역시 그런 아픈 역사의 흔적을 품고 있는 곳이다.
수원화성 순교성지의 중심에는 북수동성당이 있다. 북수동성당은 1923년 수원성당으로 출발한 오래된 본당이다. 성당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미사와 기도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은 수원의 근대사와 지역의 종교사가 함께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행궁동 여행 중 이곳을 찾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조금 전까지는 사람들로 붐비는 골목을 걷다가, 성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180도로 바뀐다. 그래서 수원화성 순교성지는 종교 여행지가 아니라 행궁동에서 만나는 조용한 역사 산책지로도 기억할 만하다.

북수동성당에서 만난 고요한 아름다움

북수동성당은 붉은 벽돌 느낌의 외관과 입구 위 미카엘대천사 동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이 있는 건물이라 행궁동 골목 풍경 속에서도 존재감이 있다.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나무 벤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벽면에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성화가 이어져 있었다.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는 창을 통과한 색감이 내부를 은은하게 채워 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곳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오래된 성당인데도 내부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100년을 넘긴 역사를 가진 공간이라고 해서 무겁고 낡은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 지켜온 장소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이 있었다. 지하에는 성체조배실, 역사유적실, 고해성사실로 이어지는 공간도 안내되어 있었다. 종교인이 아니라면 모든 공간을 자세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지역 사람들과 함께해 온 장소라는 것은 충분히 느껴졌다.

십자가의 길과 종탑,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것들

성당 주변에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의 마지막 여정을 14개의 장면으로 표현한 공간이다. 신자들에게는 기도와 묵상의 길이지만, 종교인이 아니어도 조용히 걸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좋은 산책길처럼 느껴졌다. 돌에 새겨진 장면들을 따라 걷다 보면 설명을 다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숙연해진다. 여행 중 이런 공간을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사진을 많이 찍는 여행지도 좋지만,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도 필요하다.
성지 입구 쪽에는 종탑도 볼 수 있다. 북수동성당의 종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랜 시간을 지나 이곳에 보존되어 있다. 행궁동 골목을 걷다가 멀리서도 종탑이 보이는데, 성지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뽈리화랑까지 이어지는 행궁동 역사 산책

수원화성 순교성지 안에서 꼭 함께 볼 곳이 뽈리화랑이다. 뽈리화랑은 구 소화초등학교 건물로, 수원 최초의 사립학교였던 공간이다. 지금은 전시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옛날 소화국민학교를 들어가려면 추첨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건물 외벽을 보면 요즘 건축물과는 확실히 다르다. 돌을 쌓아 올린 질감이 그대로 남아 있고, 창과 벽의 비율에서도 오래된 학교 건물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건물은 국가등록문화재 제697호로 등록되어 있어 건축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성지 안에 성당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랜 국민학교시절 건물도 향수에 젖게 한다. 수원 행궁동 가볼만한곳을 찾을 때 화성행궁과 카페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런 장소를 함께 넣으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진다.

수원화성 순교성지는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다. 큰 볼거리나 체험 요소를 기대하고 가면 다소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행궁동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수원의 역사와 근대 건축, 종교 문화의 흔적을 함께 보고 싶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코스다. 북수동성당의 고요한 내부, 십자가의 길, 오래된 종탑, 뽈리화랑까지 천천히 둘러보면 이곳이 왜 수원화성 순교성지로 기억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괜찮다. 유럽여행을 간다면 수많은 성당인 두오모를 방문하지 않는가? 그렇게 북수동성당도 여행자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그런 작은 두오모다.

위치 :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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