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마음속 한편에는 늘 자연의 웅장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는 갈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국 LA나 주변의 광활한 국립공원들을 자주 다녔었지만, 한국의 산이 가진 특유의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능선과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움은 타국 생활 속에서도 늘 그리운 풍경 중 하나였다.
마침 소중한 친구와 일정이 맞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숙박을 하고 월정사를 거쳐 강원도의 대표적인 명산인 설악산으로 향하는 1박 2일 여행 코스를 잡았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험준한 산을 직접 등산하지 않고도 설악의 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이었다. 단풍 시즌에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해도 올해의 단풍은 '지금 단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망설임 없이 길을 나섰다.

사전 예약 불가와 전량 현장 구매로 운영되는 매표 시스템
설악산 케이블카를 이용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고 철저하게 알아두어야 할 점은 바로 사전 예약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이곳은 기상 변동이 심한 산악 지형의 특성 때문에 무조건 당일 현장 구매로만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국립공원이나 관광지들이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을 활성화해 둔 것과 달라서,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고 과연 표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강풍이 불거나 기상 악화가 발생하면 운행이 예고 없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방문하는 날 아침에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로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매표 회전율이 생각보다 빨라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시간대의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용 요금은 대인 기준으로 15,000원이며, 소인은 11,000원, 대인 할인(경로 및 장애인 등)은 13,000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케이블카 왕복 이용권이 포함된 금액이며, 탑승권은 내려올 때도 확인하므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잃어버리지 않도록 가방 깊숙이 소중하게 보관했다.
케이블카 탑승과 권금성 전망대까지의 쾌적한 이동 과정
티켓에 적힌 탑승 시간에 맞춰 개찰구를 통과해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한 번에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케이블카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고도를 높여갔다.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발아래로 펼쳐지는 신흥사와 울산바위의 장엄한 자태, 그리고 멀리 보이는 속초 시내와 동해바다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거대한 산수화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미국 서부의 사막 위로 케이블카를 탔을 때와는 또 다른, 한국 산세 특유의 뾰족하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에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해발 700미터(m) 고지에 위치한 권금성 탑승장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편도로 단 5분에 불과했다.
숨이 가쁠 정도로 힘든 등산 과정을 완벽하게 생략하고 이토록 편안하게 정상 부근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하고 맑은 산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고, 탑승장 2층에 마련된 전망대와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조차 완벽하게 다가왔다.
웅장한 기암괴석과 설악의 비경을 품은 권금성 정상 탐방
권금성 상부 탑승장에서 내려 진짜 권금성 전망대 정상까지는 잘 정비된 데크 길과 돌계단을 따라 도보로 약 10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가야 한다.경사가 아주 급하지 않고 길 주변으로 울창한 소나무와 자연 풍경이 이어져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마침내 시야가 탁 트이며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권금성 정상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고려시대에 권 씨와 금 씨 두 장수가 전쟁을 피해 하룻밤 만에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답게,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장엄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맞으며 바위 위에 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만물상 등 험준한 산줄기들이 파도처럼 굽이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등산을 전혀 하지 못하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라 할지라도 이토록 편안하게 한국 최고의 명산 정상에 올라와 호연지기를 기르고 대자연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왜 이곳이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관광코스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격하게 공감했다.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편안하게 하룻밤을 묵고 오대산 월정사의 고즈넉한 전나무 숲길을 걸은 뒤, 이곳 설악산 케이블카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강원도 1박 2일 여행의 정수를 보여주는 완벽한 코스였다.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편안하게 하룻밤을 묵고 오대산 월정사의 고즈넉한 전나무 숲길을 걸은 뒤, 이곳 설악산 케이블카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강원도 1박 2일 여행의 정수를 보여주는 완벽한 코스였다.
물질적인 소비나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주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삶의 궤적을 함께 공유해 온 소중한 친구와 손을 잡고 바람 부는 권금성 바위 위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타국에서의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문득문득 이 푸른 설악의 바람과 웅장한 바위의 풍경이 강렬하게 그리워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손에 잡힐 듯 선명한 대자연의 기억과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따뜻한 추억을 영혼 가득 잔뜩 채워 넣었기에, 다가올 일상을 또다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커다란 에너지를 얻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원도 여행을 행복하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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